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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방역전②]농민 마음처럼 나무 타들어가는 과수화상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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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0.14  07:4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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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코로나19로 전세계가 신음하고 있다. 국내도 코로나19 유행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조금만 방심하면 재확산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그런데 코로나19만 우리의 삶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이맘때만 하더라도 한반도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살처분이 줄을 잇는 등 축산농가의 피해가 심각했다. 산림에 돌이킬수 없는 피해를 입히는 전염병이나 식물 감염병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뉴스1>은 코로나19에 가려 조명받지 못하고 있지만 한반도의 생태계와 우리 국민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동물·식물 질병과 방역 조치를 짚어보고자 한다.
 

전북 익산시 한 농가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과수화상병에 걸린 사과나무를 베어내고 있다. 과수화상병은 빠른 전염을 보이는 세균병으로 감염된 과수 잎이 붉게 물들거나 과수가 말라죽어 확산 방지를 위해 빠른 매몰작업이 필요하다. 2020.6.3/뉴스1 © News1 유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승준 기자 = 330.6ha(헥타르), 대락 여의도 면적(290ha, 2.9㎢)에 해당하는 과수 재배지가 '과수화상병' 피해를 입었다. 6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어기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농촌진흥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밝힌 과수화상병 피해 현황이다. 어 의원에 따르면 2015년 43.9ha에 비해 7.5배로 증가했다. 특히 올해에는 충청지역에서 피해가 컸다.

과수화상병은 장미과에 속하는 180여종의 식물의 잎·꽃·가지·줄기·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타서 화상을 입은 것과 같이 변하며 식물이 말라 죽어가는 병이다. 식탁 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과·배·모과의 나무에 발병한다.

세균성 식물 전염병인 과수화상병은 1780년 미국에서 최초 발견됐지만,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확산을 막기 위해선 소각이나 매몰을 해야 한다. 과수화상병은 전 세계적으로는 미대륙, 유럽지역, 아시아, 아프리카 등 전 세계 대부분 지역 30개국에서 발생했다.

국내에는 2015년 경기도 안성시, 충청남도 천안시, 충청북도 제천시에서 발병이 보고된 이후 매년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가 2020년 충북 일부 지역에서 크게 유행했다. 같은 해 화상병은 충북 지역 외에도 충남 천안, 전북 익산, 경기 안성·파주·이천·연천·양주·광주 등에서도 발병사례가 공유됐다. 점차 전국 각지로 퍼지고 있어 올해 충북의 과수 농가 뿐 아니라 전국의 사과·배 농가의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김지현 연세대학교 교수, 김성환 단국대학교 교수 공동연구팀은 국내 병원균의 유전체를 분석하고 다른 균주 유전체 정보와 비교한 결과를 9월 발표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분리된 과수화상병 균주의 유전체는 북미에서 발견된 것과 유사성이 있었다.

◇숨어있다가 활성화…따뜻한 겨울이 유행 원인?

과수화상병 병원균은 나무줄기의 궤양 가장자리 등에서 겨울을 나며 봄에 기온이 오르면 증식되기 시작해, 28℃에서 생장이 가장 활발해진다. 과수화상병의 잠복기는 일반적으로 3년~5년으로 알려져 있고, 문헌에 따라서는 20년까지 추정하는 경우도 있다.

식물병리학 전문가 경희대학교 생명과학대학의 오창식 교수는 올해 유행의 원인으로 '따뜻한 겨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오 교수는 "겨울철이 상대적으로 온도가 따뜻하면, 외부환경에 병원균이 노출 돼도 생존 가능성이 커진다"며 "(겨울에) 생존한 병원균 수가 많고, 봄철에도 기온이 높아 증식도 많이 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겨울철 고온 현상이 늘어나면 과수화상병이 빈번하게 발생할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2019년 말에서 2020년 초에 있었던 겨울의 평균기온은 3.1℃로 1973년 이래로 가장 높았다.

이렇게 겨울을 버티고, 증식한 균은 곤충, 비·바람, 조류 등에 의해 한 나무에서 다른 나무로 옮겨 갈 수 있다. 또 과수원에서 일하는 사람에 의해서도 옮겨진다. 특히 지역 간 장거리 전파는 작업자, 작업자의 도구, 묘목 등 사람을 매개로 한 전파 가능성이 크게 의심받고 있다.

 

 

 

(농촌진흥청 이달의 이슈 농업 기술, 과수화상병 소개 갈물리) 2020.10.13 /뉴스1


◇"비명도 없는 나무의 매몰"…평생 쌓은 노하우 잃어야 하는 농민

치료제·백신이 없기에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해당 과수를 뿌리째 뽑아 매몰하는 등 방재 조치가 이뤄지고 만약 한 과수원에서 5% 이상 발병이 확인되면 과수원의 폐원 등이 이뤄진다. 문제는 매몰로 끝나는 게 아니다. 매몰 후에는 3년 동안 같은 땅에서 과수화상병이 발병할 수 있는 식물을 기르지 못한다.

구제역과 같은 동물 감염병의 경우에는 전파상황에 따라 방역 절차를 거쳐 같은 동물을 다시 키울 수 있다. 시설과 사육 노하우를 다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반면 과수화상병 발생 농가의 경우, 재배 제한 기간 3년동안 대체 작물을 길러야한다.

멀리서 보면 서로 비슷해 보이는 농업이지만 재배해보지 않은 작물을 기르는 것은 새로 창업을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배 작물이 바뀌면 새로운 토지 활용법, 설비, 농약, 비료 등을 배우고 익숙해져야 한다. 충청북도 농사기술원 등은 현재 대체 농작물을 발굴하고 재배 노하우를 전파하는 등, 피해 농가의 소득 보전을 돕기 위한 노력을 이어오고 있다.

재배기한이 있는 까닭은 감염 나무를 뽑아내는 과정에서 잔뿌리가 토양에 남는 등, 새로 심어진 나무가 재감염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3년이 지나고 새로 심는 묘목 또한 과수화상병에 감염된 상태면 안 되므로 과수 묘목장 보호 및 확산 방지를 위한 방역이 꾸준히 이뤄져야한다. 무사히 묘목을 심더라도 과실수는 일정한 기간이 지나야 상품성 있는 열매를 맺으므로, 묘목을 심은 해에 열매를 얻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즉, 재배 제한 기간은 3년이지만 실질적으로 예전과 같은 과수원의 모습을 되찾는 데는 더 긴 시간일 걸릴 수 있다.

 

 

 

 

 

 

전북 진안군이 과수화상병 방제약제를 무상 공급한다.(진안군제공 )2020.3.5/뉴스1 © News1 김동규 기자


◇검체 채취해도 비감염 장담 못해…지속적 예찰이 최선

치료제·백신이 없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마찬가지로 과수화상병 또한 예방과 격리를 중심으로 방역이 이뤄지고 있다. 사람들이 코로나19 전파를 막기 위해 손을 씻는 것처럼, 가지치기(전정) 작업 시에는 도구를 지속적으로 소독하는 게 권장된다.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철에는 사과·배를 중심으로 약제 방제와 가지·줄기 등을 꼼꼼하게 살피며 증상이 없는지 살피는 등 예찰 작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기온 더 오르면 전년도 발생지를 중심으로 예찰 활동이 강화된다.

식물의 일부를 채취해 검사하더라도 그 식물의 다른 부위에 병원균이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철저한 예찰로 감염 나무를 조기에 발견해 매몰하는 게 현재로서는 최선이다. 오 교수는 "코로나19는 검체를 채취해서 유전자 증폭 검사(PCR)를 돌리면 감염 여부를 알 수 있지만, 과수화상병 같은 경우는 병증 발현 전에는 (뿌리부터 줄기 끝까지 식물전체에서) 병원균이 어디에 있는지 알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예찰과 방제는 주로 단일한 나무가 집중된 사과·배 과수원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하면 일정 범위 내에서 감염될 수 있는 식물 전반을 살피게 된다. 과수화상병 감염이 발생할 수 있는 식물은 사과, 배, 모과, 살구나무, 복숭아, 매실, 자두, 아로니아, 체리, 양 앵두, 앵두나무, 라스베리, 조팝나무, 장미, 꽃사과, 마가목, 풀독이, 팥배나무, 명자나무, 해당화 등이다.

 

 

 


뉴스1 <뉴스커넥트>를 통해 제공받은 컨텐츠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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